【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故(고)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뒤 세상을 떠난 공군에서 또다시 성폭력 의혹이 나왔다.
군인권센터(이하 센터)와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는 1일 공군 제17비행단 성폭력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으로부터 피해자 지원 및 보호 그리고 2차 가해 중단 조치를 위한 의뢰를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밤 공군 17전비의 A전대장(대령)이 지난 24일 오후 17전비 소속 여군 B소위를 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피해자는 올해 3월 소위로 임관한 여군으로 공군 제17비행단에서 근무 중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직속상관으로, 피해자는 평소 가해자의 비서처럼 지근거리에서 가해자를 보좌해 왔다.
A전대장은 지난 24일 B소위 등을 포함해 5명과 회식을 했고, 회식 후 2차를 가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을 불편해한 B소위의 하급자(부사관)가 B소위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B소위는 하급자를 돕기 위해 A전대장을 관사에 데려다주겠다고 한 뒤 택시를 타고 A전대장의 관사로 이동했다.
이때 A전대장은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B소위의 손을 만지는 등 B소위를 추행한 데 이어 “공군에 계속 있으면 세 번은 날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관사에 도착한 뒤부터다. 관사에 도착한 후 A전대장은 B소위에게 술을 더 마시자며 관사로 가자고 강요했고 B소위는 어쩔 수 없이 관사로 들어가며 1차 회식 자리에 있었던 간부들에게 도와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했다.
이후 A전대장은 자기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B소위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당시 B소위는 “이제 그만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내주십시오. 그만하십시오. 저는 전대장님 딸과 3살 차이밖에 안 나는 또래입니다. 아내분도 있지 않습니까”라며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했으나, A전대장의 시도는 계속됐다. B소위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 후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은 채로 현장을 도망쳐 나왔다.
A전대장에 대한 두려움으로 B소위는 이튿날 휴가를 올렸고 다른 상관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A전대장은 곧 분리조치됐다.
이에 센터와 상담소는 공군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A전대장이 당시 회식에 참석했던 간부들에게 “B소위가 술에 취해 자신을 유혹했다”는 취지의 대답을 압박하며 유도신문을 하고 답변을 녹취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공군의 부적절한 조치로 인해 2차 피해가 확산됐다는 지적이다.
센터는 즉시 피해 사건을 상담소와 연계해 피해자 대면상담을 진행했으며, 2차 가해 사실도 파악했다. 공군이 이 같은 2차 가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 역시 드러났다.
센터와 상담소는 이 사건이 매우 엄중하며 고 이 중사 사망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해자와 피해자 법률대리인의 요청을 받아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 구속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센터는 “이 같은 2차 피해로 인해 피해자의 불안은 극에 달한 상태로 일상생활이 힘든 지경이며 자신의 삶 자체를 부정당한 것 같아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자로서 공군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공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센터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공군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센터는 “그간 피해자는 일상적인 업무에 더해 여러 기여를 하며 공군을 위해 헌신했지만 정작 피해자에게 돌아온 것은 공군의 무책임한 대처와 2차 피해였다”며 “공군은 벌써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잊었나. 왜 다시 비슷한 패턴의 성폭력 피해와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피해자의 불안을 해소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공군은 2차 피해 확산 방지 시스템을 점검하고 엄정하고 조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간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또한 사건 발생 이후 1주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피해자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까닭을 명명백백히 밝혀 관련자들에게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수사를 맡게 될 경찰과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반복적인 범죄 행각, 피·가해자 권력관계, 2차 가해 전력, 군 조직의 특성에 따른 2차 피해의 광범위한 확산 가능성을 고려해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게 센터 측의 입장이다.